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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기쁨에게
정 호 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 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 값을 깎으며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번도 평등하게 웃어주질 않는
가마니 덮힌 동사자가 다시 한번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주지 않는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길 하면서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네이버의 서민 물가 상승에 대한 뉴스에 달린 hyesung600 님의 댓글에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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