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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기쁨에게 - 정호승

by 쀼? 2008.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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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기쁨에게


정 호 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 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 값을 깎으며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번도 평등하게 웃어주질 않는

가마니 덮힌 동사자가 다시 한번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주지 않는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길 하면서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네이버의 서민 물가 상승에 대한 뉴스에 달린 hyesung600 님의 댓글에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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