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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꾀/사용후기

나의 '김여사' 도전기 3 : 김여사 되기도 힘들어

by 쀼? 2010.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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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시험 경험담입니다.
 
나의 '김여사' 도전기 1 : 남편아, 나 면허 따기 싫다규~ http://joypraythank.tistory.com/90

나의 '김여사' 도전기 2 : 아놔, 나 그 부부 왜 이혼했는지 알 것 같아! http://joypraythank.tistory.com/91



시험 시작하기 30분 전까지 도착해서 간단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남편은 처음 시험이니까 경험삼아 보라고, 떨어지는 것에 부담을 갖지 말라고 격려해 줍니다. 나도 시험에 붙을 만큼은 운전 한다고 생각하기에 별로 걱정되지 않았습니다.
교육 내용은 채점 기준, 응시자가 자주 틀리는 사항을 설명하고 응시자의 질문을 받는 것으로 끝납니다. 지난 달까지는 시험 전에 수신호 여섯 가지도 물어 봤는데 이달부터는 물어보지 않습니다.

_DSF5595
_DSF5595 by titicat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면허시험장에 시험보러 오는 사람 대부분은 면허 취소가 끝난 것으로 보이는 남자 어른들이고, 20대의 남자가 나머지입니다. 여자 응시생의 비율은 20% 내외였습니다. 대부분 운전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라 수동(스틱형) 응시자가 제일 많이 점수가 깍이는 부분은 클러치를 밟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클러치는 기아를 바꿀 때만 밟는 겁니다.", "정차 중에는 기아를 중립으로 해야 합니다."
이 말이 저의 운명을 바꿔 버렸습니다.
그동안 연습을 할 땐, 아무 때나 클러치를 밟았습니다. 안 그러면 차가 덜덜거리니까 차에 무리가 간다고 반클러치를 밟으라 그러데요. 멈출 때도 클러치와 브레이크를 같이 밟아 부드럽게 멈췄습니다. 신호 대기 등으로 차가 멈춰 있을 때도 클러치와 브레이크를 밟고 기아가 2단이나 3단에 있었구요. 갑자기 시험에 자신이 없어지고 무서웠습니다.

차단기와 울타리
차단기와 울타리 by keizie 저작자 표시


코스는 며칠 전부터 남편과 돌아 봤기 때문에 외우고 있었습니다. 코스를 외워야 합니다. 감독관이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1코스가 2코스보다 좀 더 수월했기에 1코스가 걸리길 바랐지만 2코스였습니다. 의정부 면허 시험장은 내 생각엔 코스가 참 까다롭습니다. 시험 볼 땐 시험 응시자 옆에 감독관이 앉고 뒷자석엔 다음 시험 응시자가 앉아 감시를 합니다. 1번 응시자가 하는 걸 보고 주의점을 찾을 수 있는 2번 응시자가 좀 더 유리하겠죠. 저는 1번 응시자입니다. ㅡㅜ 응시 순서는 다른 경찰이 임의로 정해주는 것 같습니다. 코스를 정하는 것도 감독관이 차에 타면서 가르쳐 줍니다. 그 전에는 1종과 2종의 대표자가 제비뽑기를 했습니다.
클러치와 기어 외에 주의해야 할 점은, 교통법규 그대로 지켜야 한다는 것과, 핸들을 돌릴 때 팔이 X자로 겹치는 교차파지, 방향지시등 한 번에 한 가지 작동, 장애물 때문에 중앙선을 넘을 때 방향지시등 켜기 등입니다. 보통 운전자가 '흐름에 방해를 주지 않는 한도'내에서 하듯 운전을 하다간 감점당할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남편에게 운전을 배우던 나는 엄청나게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실전과 시험이 너무 다릅니다. 필기 시험 때 뭘 봤는지도 아스라합니다.

결국 첫 시험에 떨어졌습니다. 도착점까지 얼마 남지 않은 지점에서 점수 미달 실격이 나왔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두 번째 시험은 당연히 붙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운전 연습을 하는데 클러치+브레이크 공포증이 생겼습니다. 차가 멈출 때, 브레이크를 밟아 차가 덜덜거리면 차가 터질(?)까봐 무서워서 클러치를 밟으면, 클러치를 밟았으니 기아를 풀었고, 그렇게 기아가 중립인 상태로 가다가 멈추곤 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탄력주행의 하나로 감점 사항인데, 옆에 앉은 20년 운전 경력자는 기아를 너무 빨리 푼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그렇게 연습을 하다 두 번째 시험을 보기 전에 사고를 냈습니다. 좁은 길을 완전 우회전으로 가다가 왼쪽에 있는 자판기를 받았습니다. 다행히 속도가 낮아 다치지 않았지만 대물과 자차, 보험 처리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그저 멍~했습니다. 연습면허라 보험 적용이 될지 안 될지 몰라서 남편이 사고를 낸 것으로 처리했습니다. 어쨌든 첫 사고인데, 남편은 놀랐을 나를 위로해 주기는 커녕,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고, 허접한 내 운전 실력을 탓하고 난리가 났습니다.

교통사고
교통사고 by redslmdr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사고를 낸 스트레스보다 남편의 반응에 받은 스트레스가 더 컸고, 운전에 자신감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또 사고를 낼까봐 무서웠습니다. 두 번째 시험보는 날, 시험 보기 전에 남편과 싸워서 마음이 상했습니다. 시험 보기 전에 코스를 돌아 주는 일명 '야매'한테 한 시간 연수를 받자고 했었거든요. 한 3만 원 정도 든다는데, 남편은 절대 반대했습니다. 불법이니까 안 하는 게 좋겠지만, 남편이 잡아 주고 가르쳐 주지 못하는 시험 '공식'을 좀 알아 두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남편과 코스 한 번 돌아보고 시험을 치러 갔습니다. 이번엔 다행히 2번 응시자였지만, 여전히 2번 코스에, 내게 클러치 공포를 심어 준  경찰이 감독관에 배정되었습니다. 예감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1번 응시자는 대학생 같았는데, 부드럽게 운전을 잘 했습니다. 나와 너무 비교가 되는 게 합격할 것 같아 부러웠습니다. 큰 다리를 지나가 우회전을 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이때 감독관이 "어? 어어!?" 하며 운전자 쪽으로 몸과 손을 뻗어 운전자의 주의를 끌었습니다. 운전자는 당황해 우회전을 해야 하는 곳을 조금 지나 교차로 위에서 멈췄습니다. 우회전을 할 수 없는 곳까지 갔기에 코스 이탈로 실격이 되었습니다. 좀 억울해 보였습니다. 감독관이 '오버; 하지만 않았어도 어떻게 될지 모를 것 같았습니다. 
감독관과 응시자가 자리를 바꿔 타고 시험장으로 돌아갔습니다. 주행 시험에 떨어지면 감독관이 감점받은 부분과 주의할 점을 설멍해 줍니다. 그 동안 다음 응시자가 시험칠 준비를 합니다. 드디어 제 차례입니다. 으으 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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