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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꾀/사용후기

나의 '김여사' 도전기 2 : 아놔, 나, 그 부부 왜 이혼했는지 알 것 같아!

by 쀼? 2010.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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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에게 도로 주행 연수를 받겠다고 가족에게 알리자, 아빠가 말씀하십니다.

"부부끼리 운전 가르쳐 주고 배우고 하다가 이혼한 사람 봤어. 웬만하면 돈 주고 학원에서 따지?"

그러고는 비용을 대 주겠다는 말씀은 안 하시길래 백수 부부였던 우리는 한푼이라도 아끼자는 생각에 아빠의 피같은 조언을 뒤로 했습니다.

제 첫 도로 운전 평균 시속은 20km 입니다. 그 정도에도 아주 심장이 벌렁벌렁했습니다. 장내기능에서 최고 30km까지 밟지만 한구간 잠깐이고, 실제 도로라 훨씬 긴장되었습니다.  남편이는 제법 잘 한다고 칭찬도 합니다. 한 사흘은 남편이에게 잘 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운전을 했습니다. 나흘째에 대구-서울 고속도로까지 달렸습니다. 결코 끼어들기를 못해서 서울까지 간게 아닙니다. 난 운전 천재가 맞았습니다, 그 때까지는.

그러나 곧 아빠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는 때가 왔습니다.

남편이는 거의 20년 경력 운전자입니다. 난 이제 갓 연습면허를 딴 무개념 운전자입니다. 하나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줘야 겨우 따라갈 운동치.방향치.길치의 둔한 30대 여자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운전은 신경 쓸 게 너무나 많았고, 초긴장 상태라 상황에 따라 응용을 하고 자시고 할 정신이 없습니다. 신호 보랴, 차선 안 밟으랴, 기어 조절 신경쓰랴, 솔직히 남편이 옆에서 하는 말이 귀에 잘 안 들어 옵니다. 


제주도
제주도 by juwon.kim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나는 내가 똑같은 실수나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는 게 당연한데, 옆에 있는 남편이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질 않습니다. 한 번 가르쳐 주면 다음엔 완벽하게 응용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화가 나서 견디질 못합니다. 내가 조작을 잘못해서 위험한 상황에 이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급한 상황이 되서야 소리를 지르고 그 때부터 험한 소리를 쏟아냅니다. 나한테 화풀이하려고 운전 연습을 시켜주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내가 좀 어려운 상황이 되면 미리미리 얘기를 해 달라고, 나는 그게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내가 뭘 모르는지도 모른다고 얘길 하면, 너 스스로 하는 버릇을 들이라고 하며 안 가르쳐 줍니다. ㅠ_ㅜ
실수를 하면 왜 자기 말을 안듣냐고 버럭버럭 합니다. 안듣는 게 아니라 못 듣는 건데. 성질이 나면 인신공격성 말을 듣기도 하고, 서로 언성이 높아져 길가에 차를 세우고 싸운 적도 있었습니다. 웃으며 운전 연습하러 나갔다가 완전 냉전 상태가 되어 돌아옵니다. 남편에게 몇 번이나 학원에 가서 배우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한 번은 급하게 좌회전하란 말을 우회전하라고 하는 바람에 사고가 날뻔 하고 그 자리에 차를 세우고 싸우는 바람에 뒷차에 민폐를 끼친 적도 있었습니다.

돈 좀 아끼겠다고 부부 사이에 운전 연수하다가 돈보다 더 귀한 애정이 깨질뻔 했습니다. 정말 부부 같이 편한 사이에 운전을 가르치려면, 우선 도부터 닦으세요. 잘 못하는 게 당연하다는 걸 알고 시작하세요. 워낙 우리 남편 성격이 좀 유별나긴 하지만 생초보에게 운전대를 맞기고 조수석에 앉은 순간 자기 목숨이 걸린 일이니 신경이 안 날카로울 수 없겠죠. 청심환이라도 먹고 시작하면 어떨까요.


Mikko Hirvonen of Finland


그래서 웬만하면 남편이 내 잘못을 지적하고 입에 거품을 물 때 그냥 끄덕끄덕하고 맙니다. 최근에 또 성질을 내면서 학원 가서 배우라 거품을 물길래, 한 숨 쉬고 나서 "처음부터 운전 직접 가르치는 게 쉽지 않을 거 알고 시작했잖아. 왜 그렇게 성질을 내? 왜 그렇게 화를 내서 둘 다 스트레스 받아 힘들게 만들어?" 라고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남편은 아무 말 않더라구요. 그 뒤로 몇번 운전 연수할 때 화내는 정도가 좀 나아졌습니다.

이렇게 운전 연습하다 이혼할 뻔한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운전 면허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경기도 양주에서 가장 가까운 의정부면허시험장에 접수를 했습니다. 시험장에서 접수를 할 경우 응시 인원 숫자가 남아 있으면 바로 시험을 볼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에서도 접수를 할 수 있고, 날짜를 조정하거나 취소할 수가 있습니다.

드디어 첫 시험입니다... 긴장이 됩니다. 그래도 잘하면 붙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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